자카란다

2014.05.15 00:55

정국희 조회 수:230 추천:17

쟈카란다



너를 보낸 뒤
한번도 너 이름 부르지 않았지만
입을 열면
숫돌에 벼린 날이 치잉 울릴 듯한 울음
소낙비로 쏟아질 것 같다

우리는 그저 한 시절을 함께 했을 뿐
잊은 채 살아도 아무 지장 없을 이름
부지불식간에 뇌리를 스칠 때마다
몸은 쟈카란다 잎새처럼 간단 없이 휘둘리고

계절처럼 또 올 수 없는  
한 번 밖에 배분받지 못한 인생
끌어안고 살았던 한 생이
물풀 같은 가장자리 없는 중앙이었구나

나를 팔아 산 사람아
끝내 놓을 수 없는 나의 사랑아
너 사는 그곳에도 얼룩진 바람이 일고
불빛 내건 골목마다
창문들 소곤소곤 눈 맞추고 있겠지

영원히 함께할 거라 생각했던 너
비누방울처럼 날아가 버린 지금
초생달 부여잡은 쟈카란다처럼
바람결 달라질 때마다
귀울림 홀로 추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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