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초당

2014.08.11 01:31

정국희 조회 수:164 추천:12

다산초당




살찐 강진 바람이 사자 이빨로
뒷산 나무들을 있는데로 물어뜯고
그 기세로 등성이를 내려와
흙담집 고즈넉한 창 앞에서 자지러졌다
바람도 굽신 고개 조아리는 근엄한 방이렸다

하 수상한 세월
꿈을 잃어버린 색바랜 책이
어둑신 들어앉아
처마에 궤어있는 달빛 바라보며
포호 한숨쉬는 방이렸다

한 때 사기팽팽한 의식이
활시위 당기 듯 찬찬하고 날카로웠지만
옳고 그름이 없던 세상
무엇을 꾀하고 무엇을 단속하랴
구름을 훔친 죄로
무자비한 기록에 연루되어
인간의 언어가 없는 깊은 풍경에 앉아
소리도 못된 물음으로
읽다가 쓰다가
틀없는 형틀에 묶여 한 생이 흘러간 방이렸다

너와지붕  추녀끝에 지지배배 다시 찿아들면
서울로 가는 길이 손금처럼 훤히  밣히고
형님에게 편지라도 쓸라치면
텃밭에 심은 파꽃이 어머니 형상으로 보이는 방이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신발 뒷굽을 자르다 정국희 2012.01.20 584
122 80년대에서 2천년대에 이르는 시의 흐름과 변증법 정국희 2012.02.03 1034
121 바람 정국희 2012.02.03 780
120 단전호흡 정국희 2012.02.09 732
119 나이 값 정국희 2012.02.21 717
118 마네킹 정국희 2012.02.29 743
117 계절 정국희 2012.05.30 649
116 점심과 저녁사이 정국희 2012.06.11 913
115 정국희 2012.07.20 631
114 대책 없는 수컷 정국희 2012.08.20 645
113 그 남자 정국희 2012.08.30 631
112 그늘 정국희 2012.10.04 650
111 무서운 세상 정국희 2012.10.19 555
110 눈빛 정국희 2012.10.30 566
109 향수 정국희 2012.11.30 591
108 사주팔자 정국희 2012.12.26 794
107 상현달 정국희 2013.02.11 653
106 남의 말 정국희 2013.02.18 560
105 질투 정국희 2013.03.12 484
104 가게에서 정국희 2013.04.02 560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9
전체:
88,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