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비밀을 읽다

2015.01.02 01:51

정국희 조회 수:103 추천:7


몸 속 비밀을 읽다




사내는 필름을 들고 들어왔다
항상 그리 해온 듯 필름을 꽃고 형광불을 켰다
하얀뼈가 환히 들여다 보이는 엑스레이를
쇠막대가 짚어가며 정의를 내리기 시작했다
뼈사이 숨겨진 상처를 세밀하게 들추어 내
과거에서 현재까지 설명하고
나쁜 곳은 오래도록 지적했다
낮은 첼로음같은 균형잡힌 목소리가
조근조근 살 속의 비밀을 밝혀 내자
미열 있는 가슴으로 긴장이 죄어오기 시작하고
이마 위론 어질어질 빈혈이 인다

내 근심을 엿듣고 있는 둘사이의 공간이
심한 안개주의보를 발효한다

무한세계가 소유하는 침묵 속
세상은 잠시 회전을 멈추고 필름 속으로 축소되었다
침묵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때
침묵을 지키는 건 얼마나 낯설은가
지리산 아흔 아홉 골을 울리고도 남을 통한
뼈 속에 있건만 귓전에서 소란스러울 뿐
목울대만 저려온다
살아있다는 것 외엔 내세울 것도 없는 몸
그날 이후 시간들이 잔인했다

마디마디 사각거리는 불협음 간신히 삼키는데
필름  빼낸 묵직한 걸음이 가만가만 나가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3 윤대녕의 소설 <천지간> 정국희 2016.05.04 793
182 달이 시를 쓰는 곳 정국희 2010.09.22 791
181 동창회 정국희 2010.06.23 787
180 여자 마음 정국희 2010.07.23 784
179 횡죄 정국희 2010.02.04 783
178 정국희 2010.02.19 781
177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정국희 2009.09.06 781
176 바람 정국희 2012.02.03 780
175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정국희 2010.08.07 776
174 백석의 시 /고방/ 감상 정국희 2016.11.23 754
173 마네킹 정국희 2012.02.29 743
172 단전호흡 정국희 2012.02.09 732
171 파도 정국희 2008.11.19 731
170 청실홍실 정국희 2011.04.07 730
169 멸치젖 정국희 2009.08.15 728
168 가재미의 말이다 정국희 2009.08.20 727
167 꼬막 정국희 2010.11.30 724
166 불면으로 뒤척이다 정국희 2008.09.18 723
165 나이 값 정국희 2012.02.21 717
164 포쇄 정국희 2011.09.25 712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5
전체:
88,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