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은
2015.01.12 13:12
이런 날은
벌건 노을
화냥년 속가슴처럼 풀어헤쳐진 날은
어느 허술한 선술집엘 가야한다
언젠가 떠난 사람
어느 쪽에서 와도 잘 보일 것 같은 창가
팔랑팔랑 치맛자락 나풀대며 오다
환하게 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잡고 앉아
그 안스러운 시절
군내나는 묵은지로 삭여야 한다
그러다가,
끝내 흉터같은 어둠 짙게 드리우면
사양하는 주인아줌마 불러 앉혀
막걸리 한 양재기 부어주고
나도 한 잔 가득 따라
피식,
헛웃음 새는 곳으로 쭉 들이켜야 한다
아무하고나 말이 통할 것 같은 이런 헤푼 날은
혀꼬부라진 소리로 속에 것 다 털어놓고
우리가 생이라 부르는 이 외로움을
이 빌어먹을 세상을
새똥 빠진 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달래야 한다
산다는 것이
다 이런 것이 아니겠냐고
가면 안된다고
가고나면 죽고 말겠다고
그 난리를 치고도 잘 살고 있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냐고
긴 기다림에 지친 시간을
바락바락 헛손질로 쓰러뜨려야 한다
벌건 노을
화냥년 속가슴처럼 풀어헤쳐진 날은
어느 허술한 선술집엘 가야한다
언젠가 떠난 사람
어느 쪽에서 와도 잘 보일 것 같은 창가
팔랑팔랑 치맛자락 나풀대며 오다
환하게 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잡고 앉아
그 안스러운 시절
군내나는 묵은지로 삭여야 한다
그러다가,
끝내 흉터같은 어둠 짙게 드리우면
사양하는 주인아줌마 불러 앉혀
막걸리 한 양재기 부어주고
나도 한 잔 가득 따라
피식,
헛웃음 새는 곳으로 쭉 들이켜야 한다
아무하고나 말이 통할 것 같은 이런 헤푼 날은
혀꼬부라진 소리로 속에 것 다 털어놓고
우리가 생이라 부르는 이 외로움을
이 빌어먹을 세상을
새똥 빠진 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달래야 한다
산다는 것이
다 이런 것이 아니겠냐고
가면 안된다고
가고나면 죽고 말겠다고
그 난리를 치고도 잘 살고 있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냐고
긴 기다림에 지친 시간을
바락바락 헛손질로 쓰러뜨려야 한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3 |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 대한 비평 이론 | 정국희 | 2015.12.20 | 468 |
82 |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 정국희 | 2016.10.16 | 461 |
81 | 오늘 | 정국희 | 2013.04.26 | 456 |
80 | 소리 3 | 정국희 | 2013.06.21 | 417 |
79 | 리처드 리키의 인류의 기원 요약 | 정국희 | 2016.09.04 | 415 |
78 | 이성복의 남해금산 작품 감상 [2] | 정국희 | 2017.01.17 | 412 |
77 | 바람 횡한 날은 | 정국희 | 2013.08.20 | 412 |
76 | 이영광의 시 "아귀" 감상 | 정국희 | 2015.10.11 | 401 |
75 | 실크로드 예술의 리좀적 특징 [1] | 정국희 | 2019.03.03 | 398 |
74 | 원형이론의 수용과 적용 | 정국희 | 2015.06.22 | 382 |
73 | 헬멧 | 정국희 | 2013.07.29 | 375 |
72 | 소리 2 | 정국희 | 2013.06.21 | 370 |
71 | 이남호의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읽고 | 정국희 | 2016.10.15 | 358 |
70 | <라캉의 주체>요약 | 정국희 | 2019.04.17 | 356 |
69 | 정현종의 시 두 편 감상 | 정국희 | 2017.04.06 | 310 |
68 | 얕은 잠 | 정국희 | 2014.06.03 | 300 |
67 | 피터 언더우드의 (FIRST MOVER) 요약과 느낀점 | 정국희 | 2016.06.02 | 290 |
66 | 국화 | 정국희 | 2014.05.11 | 290 |
65 | 초상화 | 정국희 | 2013.10.15 | 280 |
64 | 김수영의 시 '돈' 감상 | 정국희 | 2017.05.05 | 2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