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페이

2015.03.25 12:34

정국희 조회 수:224

품페이





없어진 도시 귀퉁이엔 스스로 돌아눕지 못한 썩지 않는 몸이 있다
쫑긋 귀 세우고 알몸을 엿보는 동안 날카로운 기둥에 부딧치는 바람 부저진 구멍 속 내장된 진실 깊숙이 흡입된다

질식된 시간들 빨려나오는 소리에 놀란 새들 푸드득 허공으로 솟아오르고
현상 안된 한 장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위엔 새들이 왈츠를 춘다

혼비백산 통과하여 전속력으로 내동댕이 쳐진 무감각의 묵시록
웅크린 상태로 당시 상황을 유지한 채 잠들어 있는 그들의 유언은 잊혀지고 싶지 않는 것이다

거뜬히 견뎌낸 하나하나 세포들 늑골 속에 이천 년 비밀 숨겨놓고 영원히 잠들어 있는 몸
행방불명된 시간을 발설하는 유일한 증거는 모래바람 위를 나는 가벼운 새들 뿐
말미잘보다 예민한 저들의 기억은 저리도 눈부시고 깜박이지 않는 초롱한 눈은
세상과 완벽한 교신을 하고 있다

눈을 뗄 수 없는 화석 하나 돌아누운 각도가 부서질 듯 견고하다
그 옛날, 대청마루에 누워있던 할머니의 등도 둥그런 저런 각도였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 바람 정국희 2012.02.03 780
82 80년대에서 2천년대에 이르는 시의 흐름과 변증법 정국희 2012.02.03 1034
81 신발 뒷굽을 자르다 정국희 2012.01.20 584
80 물방을 정국희 2011.12.28 637
79 정국희 2011.12.13 556
78 기도 정국희 2011.10.01 637
77 포쇄 정국희 2011.09.25 712
76 다음 생이 있다면 정국희 2011.09.12 583
75 영정사진 정국희 2011.08.31 571
74 가끔은 정국희 2011.08.17 591
73 바람아 정국희 2011.07.17 521
72 한국일보 창간 42주년 기념 축시 정국희 2011.06.12 589
71 정국희 2011.05.22 620
70 나의 아바타 정국희 2011.04.20 687
69 청실홍실 정국희 2011.04.07 730
68 등을 내준다는 것 정국희 2011.03.13 871
67 나이아가라 정국희 2011.02.13 683
66 똥꿈 정국희 2011.02.01 905
65 디아스포라의 밤 정국희 2011.01.02 696
64 오냐 정국희 2010.12.18 677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
어제:
15
전체:
88,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