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2005.11.24 01:41

김영교 조회 수:54 추천:2

애초부터 착각이었다 나뭇잎은 물기가 달아나자 줄어들었다 말라 바스라졌다 양가죽이면 몰라도 거시기를 가릴 궁리를 어찌 했을까? 부끄럼이 엄청나다는 걸 감히 밝음에 고개를 내밀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어 그늘에 숨어 있었다 드러난 알몸 토막난 인연 핑계의 나무잎으로 가리고 혀끝을 축였다 회복의 가파른 길 살점이 찢긴다 뼈가 부딪치는 소리 붉은 피 사방으로 흘러 범람에 천하가 잠길 때 바람에 묻어온 소리 '어디 있느냐' 감격에 쏟아지는 눈물 '여기 있나이다' 엽편(葉片)에 점 하나 어느 덧 동이 서에서 먼 그 해도(海圖)안에서 요동치 않는 그 나뭇잎이 나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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