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2005.11.24 01:41
애초부터 착각이었다
나뭇잎은
물기가 달아나자 줄어들었다
말라 바스라졌다
양가죽이면 몰라도
거시기를 가릴 궁리를 어찌 했을까?
부끄럼이 엄청나다는 걸
감히 밝음에 고개를 내밀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어
그늘에 숨어 있었다
드러난 알몸
토막난 인연
핑계의 나무잎으로 가리고 혀끝을 축였다
회복의 가파른 길
살점이 찢긴다
뼈가 부딪치는 소리
붉은 피 사방으로 흘러
범람에 천하가 잠길 때
바람에 묻어온 소리
'어디 있느냐'
감격에 쏟아지는 눈물
'여기 있나이다'
엽편(葉片)에 점 하나
어느 덧
동이 서에서 먼 그 해도(海圖)안에서
요동치 않는
그 나뭇잎이 나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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