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보감(故鄕寶鑑)
2005.11.23 12:16
고향보감(故鄕寶鑑)
유성룡
항상
똑같은 모양으로
알알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매만져서
송알송알 미련처럼 가슴에 맺히는
고한(苦寒)의 깨알같은 이 밤을
또 이렇게 한산한 거리를
묘령의 맥고모자를 내리 쓴 모습으로
옷깃을 세운 채 찌무룩한 우울증에 도진
몸엣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는
송도(松濤)의 울음소리는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글거리는 화롯불의 송연한 불꽃에
손을 얹고, 오롯한 옆집 누이동생의
울음 섞인 알알한 밤을 매동그리며
잠 자리 이불속으로 발을 모아 디밀던
짖궂은 만용(蠻勇)에
번번히 파 묻혀 헤어나지 못하는
고혼(孤魂)의 밤 마다 깊은 해월(海月)의
환영(幻影)이 고요히 눈을 감고 앉아
송두리 째
내 눈과 마음을 끌었던
매력이 넘치는 너, 구안(具眼)을 얻었다
고혹(蠱惑)한 빈지-문의 매무새를 고치는
철이 들었다
존귀한 세상의 한 겁(劫)을 지나고.
유성룡
항상
똑같은 모양으로
알알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매만져서
송알송알 미련처럼 가슴에 맺히는
고한(苦寒)의 깨알같은 이 밤을
또 이렇게 한산한 거리를
묘령의 맥고모자를 내리 쓴 모습으로
옷깃을 세운 채 찌무룩한 우울증에 도진
몸엣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는
송도(松濤)의 울음소리는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글거리는 화롯불의 송연한 불꽃에
손을 얹고, 오롯한 옆집 누이동생의
울음 섞인 알알한 밤을 매동그리며
잠 자리 이불속으로 발을 모아 디밀던
짖궂은 만용(蠻勇)에
번번히 파 묻혀 헤어나지 못하는
고혼(孤魂)의 밤 마다 깊은 해월(海月)의
환영(幻影)이 고요히 눈을 감고 앉아
송두리 째
내 눈과 마음을 끌었던
매력이 넘치는 너, 구안(具眼)을 얻었다
고혹(蠱惑)한 빈지-문의 매무새를 고치는
철이 들었다
존귀한 세상의 한 겁(劫)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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