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만 무모한가

2005.11.23 12:17

정찬열 조회 수:57 추천:4

  "부시의 무모한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바그다드 폭격이 시작 된 날 방영된 한국의 한 방송국 뉴스앵커의 오프닝 멘트다.
  이 뉴스를 듣는 시청자들은 무의식중에 미국이 '무모한' 전쟁을 도발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다. 이라크 전쟁은 보는 사람에 따라 '무모한' 전쟁일 수 있다. 유엔의 동의를 얻지 못했으니 국제법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세계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격렬한 반전 데모가 이어지는걸 보면 전쟁에 대한 명분도 없어 보인다. 식자층은 미국의 외교정책 전문가인 찰머스 잔슨이 "미국의 제국적 과잉 팽창 정책이 전쟁의 악순환과 역풍을 초래할 것"이라고 갈파한 말을 상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방송 앵커는 사실을 보도하는데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다. 방송매체의 막강한 힘을 등에 업은 앵커의 한마디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더구나 이 전쟁은 부시의 무모함만으로 시작된 단순한 전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의 책임은 다른 당사자인 후세인의 몫이 부시 못지 않게 크다. 30년 독재권력 유지를 위해 인권을 유린하고 쿠르드족을 화학무기로 대량 학살한 독재자. 전쟁 피난민을 총 뿌리로 위협해 인간방패로 삼고있는 후세인. 권력보전을 위해 전 국민을 인질로 잡아 전쟁을 고집하는 사악한 모습을 보면 '무모한' 전쟁을 벌이는 쪽은 부시가 아니라 오히려 후세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모한' 이라는 표현의 이면에는 유엔의 찬성을 얻지 못한 전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알다시피 그것은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불,러,중 3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계평화라는 숭고한 목적 때문에 전쟁을 거부했을까. 아니다. 이라크에 얽힌 자국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9.11 테러로 5천명이상의 무고한 생명을 순간에 잃은 미국, 그런 비극을 방지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할 만한 아량이 우리에게는 없는가. 6.25때 3만 5천명의 생명을 던져 우리를 도와준 혈맹 미국, 그런 친구나라 편에 서면 안 되는가. 과연 이번 전쟁을 보는 국내의 시각은 공정한가.  
  피할 수 있다면 전쟁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전쟁에는 1천명이상의 한국계 미군이 참전하고 있다. 최근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계 미군이 총 4천6백명이라 하니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인이 전쟁에 참여하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200만 재미한인들이 전쟁을 바라보는 심정은 또 다르다.
  한국에서 일고있는 반전운동은 반미운동에 그 뿌리가 닿아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국가의 자존을 지키고 민족 정기를 세우자는 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국가경영은 명분 못지 않게 실리도 중요하다. 한.미관계가 불평등하다는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스스로 힘을 길러 대등해질 때까지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  국의 반미 감정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번져가고 있고,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반미 분위기의 역작용으로 미국내 반한 감정이 피어나고 있다. 그 정도가 예사롭지 않다. 얼마 전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 자리에서 한 백인 주민이 "한국인들이 미국을 싫어하지 않느냐"는 반한 발언을 했다가 사회자의 제지를 받은 적도 있다.  
  알다시피 미국은 여론이 움직이는 나라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북핵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다. 미국내 반한 감정이 높아져서 이로울 게 없다. 그런데 공정하게 여론을 이끌어가야 할 한국의 간판 앵커가 편향된 뉴스를 내 보내 반미정서를 부추기다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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