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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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저 부드러운 눈빛은

2013.05.18 11:53

채영선 조회 수:261 추천:73

가로등, 저 부드러운 눈빛은





잠이 올까 눈을 가늘게 뜨면

부엌 창으로 스며들어와 살그머니

베개맡을 찾아오는 한 줄기 불빛

아직은 낯이 설은 고향 하늘

문 걸어 잠근 채 하루가 저물고

발치에 잠든 꼬맹이 강아지 해피

찬물에 머리감고 무엇을 기다리는가, 이 밤

흐려진 눈동자에 눈을 맞추는 저 광선

소스라쳐 일어나 형광등 밝히면

어느 새 사라져버린 따뜻하던 눈길

설핏한 이불 속에 누워 만나는

고개 들고 엎드리면 보이지 않는

창 밑에 요를 펴는 걸

오른 쪽으로 누워야 잠이 드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얼마나 오래서서 기다리고 있었을까

수만리 떠돌며 날아온 내 영혼

방이 컴컴하다고 투덜대는 걸

아니라고 아니라고 괜찮다고 해도

가끔은 찔끔 눈물이 나오려는 걸 알고 있을까





시집'사랑한다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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