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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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2013.05.20 23:26

채영선 조회 수:303 추천:83

그 여름




잔디도 들풀도
가끔 눈에 띠는 작은 나무도
누런 땅
반짝이는 햇살도 반갑지 않아
이 많은 목숨 먹일 물도 없는데
마른 천둥만 울리고
비가 없는 여름이라니
견딜 수 없어 가야 해
동쪽으로
일만 이천 리 길
아스팔트가 끓는 인디언 섬머에
가시덤불만 바람에 굴러다니고
초콜릿 바위로 덮인 광야
죽음의 골짜기라고 부르는

뒷자리에 이불과 꿈을 실은 채
지도책은 왜그리 두꺼운지
도로표지판 그냥 지나쳐 버리고
안 보이고
새벽부터 태양은 눈을 찌르고
동쪽으로 가야 하는데
가야만 하는데
찬 수건으로 머리는 식지만
조이는 가슴은 어떻게 하나
온 종일 비켜주지 않는 곧은 광야 길
바위라도 좋아
산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신기루 속에 비치는 두고온 얼굴들

얼마나 먼지 모르는 길
천지간에 아는 사람 없는 길
달린다 몇 날 며칠
혼자가 아니므로
돌아갈 곳이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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