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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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그리고

2013.06.07 02:06

채영선 조회 수:375 추천:99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단풍나무 새끼예요

언제 분가했는지

나무는 그리움을 알까

사춘기에 이리저리 기웃거릴까

엉켜든 가지들 너 나 없이 영글어

연분홍 바람 부는 숲속의 마을

어깨에 기대어 고목은 은근한 웃음을

목마른 가지 봄이 올라 의젓해지면

참다 못해 뿌리는 대지를 부둥켜안고

유리창엔 풍경화가 녹아내리지

가라앉은 기억은 얼음장 아래 흘려보내고

농익은 품안 짙은 햇살로 여름 가꾸다가

풀어 놓은 낙엽 위로 말없이 돌아서는

빈 자리에 어린 것 내려놓고 거친 숨결로

마디 선 손가락 흔들며 어디로 가는가

살벌한 세월 앞에 벌거벗은 채로

제멋에 겨워 겨울이 담금질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고 있는 걸까, 나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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