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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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주신다면

2013.08.24 00:07

채영선 조회 수:329 추천:86

기억해 주신다면



하필이면
왜 포도나무인가요
고개들어 하늘 우러르지 못하고
마음대로 오가는 계절 기다리며
앞만 보고 가야 하는데

희고 늘씬한 자작나무도 있건만
낫질 한 번이면 끝날 목숨이에요
애꿎이 허리 굽히고 계신 당신 때문에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온 몸으로 장대 빗살 맞고 있어요

몸에 꼭 맞는 십자 나무 사이를
살얼음처럼 기어가지만
아물지 않는 상처로 잠 못 이루는
그 누구를 위하여
고달픔 쯤은 견디어 내야지요

그 모습대로 계실건가요
그렇게 서 계시려고 오신 건가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씀에
영글은 송이송이 숨이 턱에 닿아도
뒤틀리고 못생긴 가지가 되겠어요

속마음을 보신다 하셨지요
아무 모르게 부끄러운 이름 부르시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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