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단상
2006.01.14 15:36
길 위의 단상
홍인숙(그레이스)
길을 걸으면, 예수님의 두 제자가 걷던 엠마오로 향하는 '길'이 떠오르고,
떠돌이 광대 잠파노를 따라다니던 백치소녀 젤소미나의 서러움이 잠긴 '길'
도 떠오르고, 로버트 프로스트가 아침마다 바라보던 '두 갈래의 길'도 떠
오릅니다. 그러고 보니 길이 바로 삶인 것 같습니다.
길을 가다 한번씩 멈춰 서 지나온 길을 돌아봅니다. 내가 흘린 발자국이 무
수합니다. 발 빠르게 지나온 힘찬 흔적도 있고,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걸
어온 흔적도 있습니다. 되돌아 가고 싶어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맴돈 흔적도
있습니다. 길의 끝이 어디인지, 언제쯤 그 막다른 길에 도달할 건지, 그 알
수 없는 길을 첫눈만 뜨면 달려가는 것은 아침마다 우리에게 새로운 길이 하
나씩 열리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길은 한 길이었습니다. 결국은 한 길에서 오랜 여정
끝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 영원한 안식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겠지요. 그
동그란 삶의 끝을 점점 가깝게 바라보며 오늘도 걷고 있습니다. 슬프지만 슬
프지 않게, 두렵지만 두렵지 않게, 아련한 희망을 안고...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379 | 시인의 말 | 차신재 | 2014.10.01 | 23 |
10378 | 세월에도 뼈가 있다 | 차신재 | 2014.10.01 | 17 |
10377 | 낮달 | 차신재 | 2014.10.01 | 17 |
10376 | 시간 속에서 | 차신재 | 2014.10.01 | 17 |
10375 | 엉킨 실타래를 풀며 | 차신재 | 2014.10.01 | 15 |
10374 | 이민생활 2 | 차신재 | 2014.10.01 | 16 |
10373 | 도자기를 빚으며 | 차신재 | 2014.10.01 | 16 |
10372 | 브로드웨이 에서 | 차신재 | 2014.10.01 | 19 |
10371 | 기쁨 | 차신재 | 2014.10.01 | 25 |
10370 | 향수 | 차신재 | 2014.10.01 | 24 |
10369 | 비 오는 날 | 차신재 | 2014.10.01 | 21 |
10368 | 채송화 | 차신재 | 2014.10.01 | 1021 |
10367 | 작은 돌 하나 | 차신재 | 2014.10.01 | 37 |
10366 | 어머니의 못 | 차신재 | 2014.10.01 | 320 |
10365 | 어머니의 꽃 | 차신재 | 2014.10.01 | 21 |
10364 | 소호에서 | 차신재 | 2014.10.01 | 19 |
10363 | 추억 여행 | 차신재 | 2014.10.01 | 39 |
10362 | 강물 | 차신재 | 2014.10.01 | 25 |
10361 | 어머니의 방 | 차신재 | 2014.10.01 | 24 |
10360 | 까치 소식 | 차신재 | 2014.10.01 | 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