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응답기
2006.01.25 16:01
전화 응답기
김영교
그리움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
닿을 듯
소리 하나를 위해 온 몸을 떨며
필사의 힘으로 다가와
마주 선다
분수껏 돋구는 목청에 깨어나는 촉각들
안팎을 흔들어 대는 울림은
묵답에
왕래를 잃고
춤추는 의미들은
깊이도 알 수 없는 기다림에 저장 된다
목소리, 그것은
음성 부호끼리의 약속인가
살아있는 체온끼리 의사소통인가
고개를 돌리면
물소리를 내며 흘러 가버린다
창밖의 바람은
연두 빛 눈썹 껌벅이며
처지는 내 발걸음을 밀어내고
현기증을 품고 언덕을 내려가는 나는
숨을 헐떡이는데
들리는 휫바람 소리는
나의 부재중에도 울리는 지속적인 당신의 신호
삶 반대편에 있는
그 먼 거리를
그만
껌벅이는 응답기에 방치해 둔
나
불소통의 오후
의식은 기억을 퍼 올리고 있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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