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응답기
2006.01.25 16:01
전화 응답기
김영교
그리움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
닿을 듯
소리 하나를 위해 온 몸을 떨며
필사의 힘으로 다가와
마주 선다
분수껏 돋구는 목청에 깨어나는 촉각들
안팎을 흔들어 대는 울림은
묵답에
왕래를 잃고
춤추는 의미들은
깊이도 알 수 없는 기다림에 저장 된다
목소리, 그것은
음성 부호끼리의 약속인가
살아있는 체온끼리 의사소통인가
고개를 돌리면
물소리를 내며 흘러 가버린다
창밖의 바람은
연두 빛 눈썹 껌벅이며
처지는 내 발걸음을 밀어내고
현기증을 품고 언덕을 내려가는 나는
숨을 헐떡이는데
들리는 휫바람 소리는
나의 부재중에도 울리는 지속적인 당신의 신호
삶 반대편에 있는
그 먼 거리를
그만
껌벅이는 응답기에 방치해 둔
나
불소통의 오후
의식은 기억을 퍼 올리고 있다.
(2006)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59 | 살아 남을 역사 그것이 두렵다 | 조만연.조옥동 | 2006.08.25 | 37 |
1558 | 사랑 | 윤석훈 | 2006.01.17 | 66 |
1557 | 나무에서 배운다 | 강성재 | 2006.01.17 | 59 |
1556 | 눈 오시는 날 | 강성재 | 2006.01.17 | 56 |
1555 | 촛 불 | 강성재 | 2006.01.17 | 55 |
1554 | 미련 | 강성재 | 2006.01.17 | 53 |
1553 | 사랑할 순 없지만, 동정이라도 | 노기제 | 2006.01.17 | 62 |
» | 전화 응답기 | 김영교 | 2006.01.25 | 51 |
1551 | TREE 4 | Yong Chin Chong | 2006.01.15 | 54 |
1550 | TREE 3 | Yong Chin Chong | 2006.01.15 | 41 |
1549 | MOUNTAIN SUNSET | Yong Chin Chong | 2006.01.15 | 36 |
1548 | CHI-AHK MOUNTAIN | Yong Chin Chong | 2006.01.15 | 38 |
1547 | A TREE’S LOVE SONG | Yong Chin Chong | 2006.01.15 | 54 |
1546 | 사랑의 비등점 | 박정순 | 2006.01.15 | 147 |
1545 | 당돌한 점(点) | 오영근 | 2006.01.14 | 113 |
1544 | 동짓날 / 종파 이기윤 | 이기윤 | 2006.01.14 | 297 |
1543 | 가을과 겨울 사이 / 종파 이기윤 | 이기윤 | 2006.01.14 | 108 |
1542 | 사진2 / 종파 이기윤 | 이기윤 | 2006.01.14 | 68 |
1541 | 길 위의 단상 | 홍인숙(그레이스) | 2006.01.14 | 205 |
1540 | 나목(裸木) | 홍인숙(그레이스) | 2006.01.14 | 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