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날의 오후
2006.03.27 01:53
무료한 날의 오후
홍인숙(그레이스)
햇살 아래 긴 그림자
윙윙윙, 시간의 물레를 돌리면,
유년의 얼굴로 달려오는
소나기 내리던 날의 미루나무.
정든 사람들을
바람처럼 떠나보내고,
바람처럼 맞이하며,
미루나무 잎 사이로 내가 사라진다.
수많은 봄 지나
이 봄으로 내가 떠나간다.
아,
나는 또 어디쯤에서
외로운 얼굴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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