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

2006.02.04 13:45

강성재 조회 수:75 추천:2

부서진 토담 아래
가랑잎 모아 놀던 바람
잠시 마당을 스쳐 지나는 동안  
평상에 널린 검정콩은
바스락 바스락
저녁 나절을 훔치고 있었다
지붕과 지붕 사이로
저녁밥 짓는 연기가
고물 고물 솟아 오르고
잠자리 찾아든 참새 몇마리
빨래줄에 걸터 앉아 졸고 있는 사이
어미닭은 새끼들 불러 모아
모이를 먹이고 있는데
소죽끓이는 아버지는 말이없고
멍석위에 퍼져 앉아
벼이삭 말리는
어머니 치마자락에
고추잠자리 한마리 앉아서 놀고 있다고
나는 말해주지 않았다
파리채 들고 씨름 하시던 조부님
슬며시 잠이 들었고
마루밑의 삽살개는
여태 저녁밥도 얻어 먹지 못한체 늘어져 있었다

담벼락 늙은 호박넝쿨에 기대어
안간힘 쓰던 햇살이
마침내 어둠에 묻혀 사라지도록
골목길엔 아무도 오지 않았고  

텃밭의 고추는 빠알갛게 익어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79 진눈개비 유은자 2006.02.11 139
1478 오늘 살기 정해정 2006.02.10 526
1477 우리는 돌이에요 정해정 2006.02.10 153
1476 재미있는 전쟁 정해정 2006.02.10 258
1475 점 순 이 정해정 2006.02.10 172
1474 <영혼의 고향> -- 내가 동화를 선택한 이유 -- 정해정 2006.02.10 169
1473 파리 정해정 2006.02.10 692
1472 고맙다, 봄아 정해정 2006.02.10 116
1471 세월속에서 강성재 2006.02.10 95
1470 향수 강성재 2006.02.10 68
1469 딸에게 강성재 2006.02.10 68
1468 봄인데 오연희 2006.02.08 104
1467 어느 시인의 첫 시집 오연희 2006.02.08 70
1466 사랑을 했을까? 고대진 2006.02.08 53
1465 좋은 그릇 백선영 2006.02.07 136
1464 소품사수(小品四首) 수봉 2006.02.06 73
1463 설날, '부모님께 송금'하는 젊은이를 생각하며 정찬열 2006.02.05 278
1462 하루 강성재 2006.02.04 71
» 풍경화 강성재 2006.02.04 75
1460 삶의 향기 유성룡 2006.02.04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