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비록 지옥일지라도

2006.02.11 19:55

장태숙 조회 수:127 추천:5

비록 그곳이 지옥일지라도
                              

높은 나무 끝, 둥지에서 세상으로 추락한 어린 새
뒷마당 가득, 어미 부르는 날카로운 비명소리
공기를 찢어 삼키는 아기울음 같다
안간힘으로 펄럭이는 영글지 못한 날개
어린 것도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까?

지구 밖에서도 새끼의 위험을 감지했을 어미 새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났다
마당가 빙빙 돌며 상승기류처럼 지지러지는 목청으로
내지르는 신열에 숨이 차다
흥건한 울음 토해내는 저 안타까운 마음의 교신

깃털 같이 가벼운 목숨 하나 빈 새장에 넣고
무시로 드나드는 고양이 눈 피해 처마 밑에 걸어두니
마음 깊숙한 곳에서 따뜻한 강이 부풀어 오른다
집 밖의 세상으로 성급한 날개를 펴던 어린 것도
긴 울음에 지친 어미도 이제 고요하고 고요하다

다음 날,
벌레 문 어미 새, 열린 새장 문 통해 쑤욱 날아든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새장 속 어린 것에게 먹이를 먹이는 어미
눈물겨운 사랑은 죽음조차 두렵지 않는 것일까?
그곳이 비록 지옥일지라도 그녀는 들어섰을 것이다
포화 속에서도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세상의 어머니처럼
죽어가면서도 자식 손을 놓지 못하는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오, 저 겁 없이 뜨거운 사랑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