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벨리
2006.03.08 08:23
실리콘 벨리/오연희
후끈한 나무 찜통 속
세월의 골 깊게 진
지긋한 몸매의 벌거벗은 여인 대여섯
비스듬히 눕거나 제 멋대로 앉아 있다
벽에 붙은 16인치 구형 텔레비 속
실리콘 벨리의 대규모 감원소식을 전하는
남자 아나운서의 입술에는
냉기가 감돌고
‘실리콘…’
비스듬히 누워있던 한 여인
실리콘 이라는 말에 뭔가 생각 난 듯이
입술을 씰룩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순간
주위에 있던 태초의 여인들
눈에 광채가 인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탱탱한 가슴
비포장 도로 같은 울퉁불퉁한 얼굴
머잖아 무너져 내릴 코
실리콘 벨리…
아니 실리콘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들과 몸을 섞은 후
자신의 팔자가 뒤집혀졌다는
당당한 그녀의 기가막힌 사연에
훅훅 달아오르던 찜통이 서늘해졌다
온종일
반도체 칩이 꽂힌 채
얼굴과 가슴이 뻑뻑하다
2006년 미주문학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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