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모래
2006.03.24 08:18
숨 쉬는 모래
장태숙
눈앞이 침침하고 어두워
내 안에 황사가 스며들었나
쌓이고 쌓여서 모래 구릉을 이룬
까끌까끌 위벽에 박혀 몸부림치더니
혈관마다 숭숭 구멍을 뚫고
내 몸의 일부가 빠져 나가
오돌토돌한 피부
한 꺼풀 벗겨내니 퍼석퍼석한 사막
끊임없는 모래바람이 불고
바람의 긴 혓바닥 따라 자리 이동한 모래구릉
경사진 곳에서 갈망의 향기 피어 올리네
존재의 인식은 그 가볍고 조용한 움직임처럼
애초부터 가물거렸는지도 몰라
사막에도 꽃은 피고
모래 속에도 생명은 살아 있다고
녹물로 삭아가는 폐선 같은 나날 속에도
나비를 꿈꾸는 애벌레처럼 집요하게 꿈틀거려
흥건한 빗줄기 장엄하게 쏟아져
내 안의 사막들
도르르 말아 갈 때까지
장태숙
눈앞이 침침하고 어두워
내 안에 황사가 스며들었나
쌓이고 쌓여서 모래 구릉을 이룬
까끌까끌 위벽에 박혀 몸부림치더니
혈관마다 숭숭 구멍을 뚫고
내 몸의 일부가 빠져 나가
오돌토돌한 피부
한 꺼풀 벗겨내니 퍼석퍼석한 사막
끊임없는 모래바람이 불고
바람의 긴 혓바닥 따라 자리 이동한 모래구릉
경사진 곳에서 갈망의 향기 피어 올리네
존재의 인식은 그 가볍고 조용한 움직임처럼
애초부터 가물거렸는지도 몰라
사막에도 꽃은 피고
모래 속에도 생명은 살아 있다고
녹물로 삭아가는 폐선 같은 나날 속에도
나비를 꿈꾸는 애벌레처럼 집요하게 꿈틀거려
흥건한 빗줄기 장엄하게 쏟아져
내 안의 사막들
도르르 말아 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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