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

2006.07.30 13:32

이성열 조회 수:53

부끄러움 잊은 채
지금은 마지막 갈 길을 위해
태양 아래 발가벗고 서 있구나
참으로 소박하다 세상에
너보다 더 네 삶을 지탱한 겸손
흔치 않으리라 탱탱하고
푸르던 여름날의 당돌함
크고 작은 흔들림에도 술렁이던 설레임
들뜬 세월만이 미학의 전부라 하지 말라
바람에 기대어 우쭐대다가
뽐내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가지런한 치자 꽃처럼
하얀 미소로 자족하고 있다
연륜을 더 해 감에 노욕도 없이
가볍게 무게를 덜어 내고자
수분과 색깔조차 털어내 버리고
젊음 불 태우다 껍데기만 남은
날벌레들의 아우성에도 끄떡하지 않고
거친 흙덩이 속에서
주머니 가득 하얀 섬유로 채워
각자의 세상을 부끄럼으로부터 가려 주고
풍신하게 온기로 덮어 주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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