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69
어제:
167
전체:
487,214


시와 에세이
2004.08.27 10:05

아버지를 위한 기도

조회 수 1222 추천 수 167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버지를 위한 기도 / 홍인숙(Grace)


아버지의 단장(短杖) 

               홍인숙(Grace)

70kg 체중을 받아 안는다
85년 세월이 말없이 실려온다

침묵하는 상념의 보따리를 짊어지고
한 발자국씩 내딛는 굽은 다리를
묵묵히 반겨주는 검은 단장

12월 바람도 햇살 뒤로 숨은 날
조심조심 세 발로 새 세상을 향한 날
고집스레 거부하던 단장을 짚고
"난 이제 멋쟁이 노신사다"
헛웃음에 발걸음 모아보지만

늙는다는 건
햇살 뒤로 숨은 섣달 바람 같은 것
아버지 눈동자에 담겨진
쓸쓸한 노을 같은 것

*  *  *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
눈에 총기도 없어지시고 허리는 더욱 굽어지셨다.
기분도 무거우신지 하루종일 시청하시던
위성 안테나를 통해 들어오는 고국 TV 방송도 안 보시고
누워 계시는 시간이 많아지셨다.

외출도 전혀 못하시고 식욕도 전 같지 않으신 아버지.
귀도, 눈도, 흐려지셨지만 그럴수록 생각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시는지
골똘히 상념에 잠겨 계시는 모습을 자주 뵙게 된다.

내 건강도 예전 같지 않다.
마음처럼 아버지의 수발을 잘 들어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늘 나 자신을 부끄럽고 마음 아프게 한다.

오늘부터 3일간 교회에서 부흥성회가 열린다.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서 그 옛날 뜨거웠던 신앙심을 되찾아
열심히 기도를 드릴 생각이다.

8. 27. 04



?
  • ?
    홍인숙(Grace) 2015.07.29 10:22
    들마루 (2004-09-02 17:47:22)v01.gif 
    가만히 저려오는 마음 어쩌지 못하고 갑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기도해 드릴께요
    이름꼬 리 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813
228 단상 마음 스침 : 시집(詩集) 진열대 앞에 서면 - 전주호 그레이스 2004.07.30 1581
227 단상 마음 스침 : 감정 다스리기 - 김태윤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1043
226 시인 세계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서문 / 황금찬 홍인숙 2004.07.30 1007
225 시인 세계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시평 / 나그네의 향수, 존재의 소외 - 박이도 홍인숙 2004.07.30 1143
224 시인 세계 홍인숙씨의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를 읽으며 / 강현진 홍인숙 2004.07.30 1199
223 시인 세계 홍인숙 시의 시인적 갈증(渴症)과 파장(波長)에 대하여 / 이양우(鯉洋雨)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1116
222 꽃을 피우는 사람들 홍인숙 2004.07.31 1040
221 수필 일본인의 용기 홍인숙 2004.07.31 925
220 수필 슬픈 첨단시대 홍인숙 2004.07.31 950
219 가곡시 꽃길 1 그레이스 2004.08.04 1437
218 가곡시 세월 홍인숙(그레이스) 2004.08.04 1246
217 마음이 적막한 날 홍인숙(Grace) 2004.08.16 962
216 수필 마르지 않는 낙엽 홍인숙(Grace) 2004.08.17 955
215 단상 마음 스침 : 마음은 푸른 창공을 날고/ 윤석언 홍인숙(Grace) 2004.08.17 1284
214 수필 어거스틴의 참회록 홍인숙(Grace) 2004.08.17 1320
213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813
212 어떤 전쟁 홍인숙(그레이스) 2005.01.13 566
» 시와 에세이 아버지를 위한 기도 1 홍인숙(Grace) 2004.08.27 1222
210 시인 세계 시집 ' 내 안의 바다 ' 서문 / 황패강 홍인숙(그레이스) 2004.09.09 1124
209 시인 세계 홍인숙 시집 '내 안의 바다'를 읽으며 / 강현진 홍인숙(Grace) 2004.09.09 124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