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상인 1

2006.05.11 07:36

한길수 조회 수:43

남대문 상가에서 지게 품팔이 하던 남자
폼 나게 살겠다고 처자식 데리고 건너 온 미국

주말 땡볕 공터에다 천막치고 신발을 펼친다  
이국인들의 눈에도, 그의 눈에도 짙은 눈썹의 낙타
시간은 달라도 수천갈래 길 따라 떠난 길 어디까지 갈까
닮아 빠진 신발 벗겨내자 땀에 젖은 이십 불짜리
코 잡고 찡그리자 흰 이 드러내며 내미는 손  
오징어 말리듯 벤 트럭 천정에 걸어놓고 말린다
하나 둘 열이 되면 인턴과정 밟는 아들 도구를 사고
스물에 스물이면 한 달 월세내고 생활비가 되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하나 둘 옆머리부터 희어진 머리
환갑 지나 천막 노점을 접고 상가에다 점포를 차렸다  

살만하니 불쑥 찾아온 불청객 돌볼 겨를 없던 몸 덮쳐도
왼쪽 다리 절뚝이며 뒤틀린 입에서 반쪽은 살았단다
창살로 만든 가게 문이 비틀거리며 아침 열시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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