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비밀을 읽다

2015.01.02 03:51

정국희 조회 수:49


몸 속 비밀을 읽다




사내는 필름을 들고 들어왔다
항상 그리 해온 듯 필름을 꽃고 형광불을 켰다
하얀뼈가 환히 들여다 보이는 엑스레이를
쇠막대가 짚어가며 정의를 내리기 시작했다
뼈사이 숨겨진 상처를 세밀하게 들추어 내
과거에서 현재까지 설명하고
나쁜 곳은 오래도록 지적했다
낮은 첼로음같은 균형잡힌 목소리가
조근조근 살 속의 비밀을 밝혀 내자
미열 있는 가슴으로 긴장이 죄어오기 시작하고
이마 위론 어질어질 빈혈이 인다

내 근심을 엿듣고 있는 둘사이의 공간이
심한 안개주의보를 발효한다

무한세계가 소유하는 침묵 속
세상은 잠시 회전을 멈추고 필름 속으로 축소되었다
침묵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때
침묵을 지키는 건 얼마나 낯설은가
지리산 아흔 아홉 골을 울리고도 남을 통한
뼈 속에 있건만 귓전에서 소란스러울 뿐
목울대만 저려온다
살아있다는 것 외엔 내세울 것도 없는 몸
그날 이후 시간들이 잔인했다

마디마디 사각거리는 불협음 간신히 삼키는데
필름  빼낸 묵직한 걸음이 가만가만 나가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19 인라인 클럽 노기제 2004.08.10 113
10518 텃밭, 이제는 김영교 2004.08.10 62
10517 승무 백선영 2004.08.10 54
10516 떠 다니는 수정 백선영 2004.08.10 75
10515 아홉 고개 박경숙 2004.08.13 156
10514 마음이 적막한 날 홍인숙(Grace) 2004.08.16 158
10513 마르지 않는 낙엽 홍인숙(Grace) 2004.08.17 170
10512 마음은 푸른 창공을 날고 홍인숙(Grace) 2004.08.17 264
10511 어거스틴의 참회록 홍인숙(Grace) 2004.08.17 380
10510 물레 정용진 2004.08.17 114
10509 숨겨진 가족 사진 백선영 2004.08.18 160
10508 ★ 홍인숙(Grace)의 인사 ★ 그레이스 2004.08.20 112
10507 내 마음 속에는 최석봉 2004.08.21 113
10506 레돈도 비치에서 오연희 2004.08.21 130
10505 어느 하루 조만연.조옥동 2004.08.22 36
10504 일기 오연희 2004.08.22 47
10503 에메랄드 호수 조만연.조옥동 2004.08.22 170
10502 훈장(勳章) 정용진 2004.08.23 43
10501 Warner Springs Ranch 에서 정용진 2004.08.23 42
10500 가을속으로 오연희 2004.08.2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