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2006.06.21 05:05

유봉희 조회 수:23


유봉희 - [관계]




















관계
유 봉 희






수평선은 안개에 풀려

어디가 하늘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다

파도는 자꾸 모래사장을 물었다가는 놓아 주곤한다



한 마리 물새가 바다를 향해 서 있다

풀어진 수평선을 다시 끌어내어

날개 높이를 재야 하는지

부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열 걸음 오른쪽

물새쪽으로 자꾸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물새는 나를 보지 않는다

몇 걸음 물새쪽으로 걸어가 본다

물새는 아주 천천히

내가 다가선 만큼 오른쪽으로 걸어간다

그와 나와의 일정 거리를 만든다

일정 거리를 지키고 싶어한다

다시 미동도 않고 바다를 향해 선다



나도 그렇게 무관심을 가장하고 서 있을밖에

흰 거품을 문 파도만

바싹 발 밑으로 다가서고 있다.













유봉희 제 1 詩集 소금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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