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비 스트리트

2006.06.21 05:34

유봉희 조회 수:13 추천:1


유봉희 - [애쉬비 스트리트]




















애쉬비 스트리트
유 봉 희






버클리 바닷가에서 언덕쪽으로 오분 거리

책을 읽거나,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으며

두어 시간 머리 식히기 좋은 애쉬비 스트리트가 있다

십년 넘게 이 거리에서 산다는 폴

자잘한 살림 도구를 몽땅 카트에 실어 옆에 놓고

따뜻한 거실인양 땅바닥에 편안히 앉아 있다

꽃나무들은 이 거리만큼이나 나이 먹어

지붕 위로 꽃구름을 피우고

햇빛은 나무 잎에 앉았다가 순하게 떨어진다

그러나 바다 안개가

무거운 몸짓으로 떠날 줄 모르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이면 패트리시카라는 러시아 식당으로 들어가서

보슈 숩 한 그릇으로 몸을 녹일 일이다

그래도 몸이 녹지 않으면 보드카 한 잔을 시켜

창가쪽으로 자리를 옮겨 거리를 내다볼 일이다

어제 휴가에서 돌아와

오늘은 오버 타임을 해야 한다는 폴

동냥 바구니가 제 할일을 제대로 못하면

거리도 쓸어보고 떨어진 종이도 줍는다

누군가 건네준

5불짜리 지폐가 동냥 바구니에서

폴의 자존심인양 얼굴을 들고 있다

그의 입에는 비틀즈 노래가 줄줄이 매달린다

항상 반음이 처지는 그의 노래

그 가락은 지나가는 행인들의 입으로 금방 옮겨간다.












유봉희 제 1 詩集 소금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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