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바닷가에서 언덕쪽으로 오분 거리
책을 읽거나,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으며
두어 시간 머리 식히기 좋은 애쉬비 스트리트가 있다
십년 넘게 이 거리에서 산다는 폴
자잘한 살림 도구를 몽땅 카트에 실어 옆에 놓고
따뜻한 거실인양 땅바닥에 편안히 앉아 있다
꽃나무들은 이 거리만큼이나 나이 먹어
지붕 위로 꽃구름을 피우고
햇빛은 나무 잎에 앉았다가 순하게 떨어진다
그러나 바다 안개가
무거운 몸짓으로 떠날 줄 모르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이면 패트리시카라는 러시아 식당으로 들어가서
보슈 숩 한 그릇으로 몸을 녹일 일이다
그래도 몸이 녹지 않으면 보드카 한 잔을 시켜
창가쪽으로 자리를 옮겨 거리를 내다볼 일이다
어제 휴가에서 돌아와
오늘은 오버 타임을 해야 한다는 폴
동냥 바구니가 제 할일을 제대로 못하면
거리도 쓸어보고 떨어진 종이도 줍는다
누군가 건네준
5불짜리 지폐가 동냥 바구니에서
폴의 자존심인양 얼굴을 들고 있다
그의 입에는 비틀즈 노래가 줄줄이 매달린다
항상 반음이 처지는 그의 노래
그 가락은 지나가는 행인들의 입으로 금방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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