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만년 전의 답신

2006.06.21 05:57

유봉희 조회 수:19 추천:1


유봉희 - [몇 만년 전의 답신]

















몇 만년 전의 답신



          - ROCKY 산에서
유 봉 희






닿을 수 없는 저 산

그 높이을 바라만 보다가

그 곳에서 떨어져 나왔을 바위를 어루만진다

저 깍아지른 곳을 떠나며

잔혹한 하강의 의미를 새겼을 몸체는

이제 고른 숨을 쉬며 완전한 평정에 들어 있다

급변하는 날씨에도

바위는 체온을 잃지 않고 있다

어둠이 산 속 가득 고이면

바위는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 안는다

그 속의 비밀스런 소리들

바위가 별들을 불러내고 있다

아득한 시간 너머 별이었을 바위가

아직도 자기들의 언어를 기억하고 있는지,

별들이 대답하며 산과 바위 사이로 모여들고 있다

어떤 별들은 부르는 소리, 듣기도 전

회답 먼저 보내고 있다. 몇만년 전에



크로노스*가 잠깐 던져 놓은 낫이

초승달로 떠 있는 저물녁.





*그리스의 신. 큰 낫을 들고 있는 시간의 신










2002년 발표 / 유봉희 1 詩集 소금 화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99 록키에게 유봉희 2006.06.21 40
8698 솔 빗 유봉희 2006.06.21 66
8697 붙면이 쓰는 근대사 유봉희 2006.06.21 96
8696 사과씨 유봉희 2006.06.21 67
8695 어머니의 오솔길 유봉희 2006.06.21 50
8694 재회 유봉희 2006.06.21 48
8693 관계 유봉희 2006.06.21 23
8692 돌 속에 내리는 눈 | 石の中に降る雪 유봉희 2006.06.21 111
8691 다시, 밤바다 유봉희 2006.06.21 38
8690 콜럼비아 빙하에서 유봉희 2006.06.21 21
8689 겨울 잠 유봉희 2006.06.21 17
8688 애쉬비 스트리트 유봉희 2006.06.21 13
8687 죽음의 계곡에서 달떠오르다 유봉희 2006.06.21 12
8686 작은 소리로 유봉희 2006.06.21 13
8685 초록 만발 유봉희 2006.06.21 22
» 몇 만년 전의 답신 유봉희 2006.06.21 19
8683 천상의 노래 유봉희 2006.06.21 19
8682 그 속에도 꿈이 유봉희 2006.06.21 13
8681 나이테의 소리가 들리나요 유봉희 2006.06.21 20
8680 물 방울의 노래 유봉희 2006.06.2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