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편지

2006.10.18 19:24

장태숙 조회 수:46

    영상편지
                  

내게로 온다 천천히
꽃잎 켜켜를 여는 꽃봉오리처럼
네 향기 흔들며

살아가는 동안
문득문득 옛길이 열리고 닫혔다
추억에 가 닿기도 전에
풀잎 끝에 앉을락 말락 하는 고추잠자리처럼
슬쩍슬쩍 스치곤 했는데

컴퓨터에 뜨는 노랗게 익은 은행잎
바람 부는 날 홀로 듣는 음악처럼
풀풀 날아 와
가을볕 해맑은 이름 하나
내 눅눅한 시간위에 걸어놓는다

사는 일이 그랬다
질주하는 차량들이 풍경을 뒤로 보내듯
순간순간을 뒤로 밀어 보내는 것
한참 밀려갔던 네가 다시

내게로 온다 천천히
꽃잎 켜켜를 여는 꽃봉오리처럼
네 향기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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