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상인 6

2006.10.27 10:19

한길수 조회 수:63 추천:3

한국전쟁 때 혈혈단신 월남한 신씨
공산체제 피해 사선의 철조망을 넘었더니
독제 탄압에 월북사람 차별로 태평양 건너  
봄철 병아리 졸듯 밀려드는 잠 깨워가며
봉제공장 허드렛일로 등 굽는 줄 모른다
담배연기 내품으며 바라보는 낡은 사진    
카펫 바닥 숨겨둔 돈 세듯 그리움 세어본다

이산가족 상봉 위해 신청서 쓰던 손 떨림
나이 육십 넘어도 부모가 살아계시기만을
후들거리는 다리로 철책 밟고 평양에 갔던
면회소 창밖으로 들판 지나 지척인 고향
안내원에게 아버지 이름 적은 편지 건네고
모른 척 가게에 들어가 금강산 담배를 산다

그가 내미는 담배에 가슴이 막막해진다  
가족 위해 내가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한 여름 머리카락 서게 하는 뜨거운 핏줄
대필로 쓴 편지에 그리움을 개어 넣고
국경 넘어갈 수 없어 인편 기다리는 망향
돌아가셨을지 모른다는 가족 만류에도
고개 저으며 제사 밥 대신 웃고 계실 아버지

흥얼대는 콧노래가 맑은 납품 업소 가는 길  
오후 5시면 영어 공부하러 가는 환갑 학생
지칠 줄 모르는 낙타가 그 눈방울에 들어있다
철의 장막을 건너 봤느냐고 네게 묻는데  
어둠 속 기억은 재봉틀 소리로 먼동이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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