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민족의 얼굴이다 .

2006.11.29 14:29

박영호 조회 수:59



언어는 민족의 얼굴이다.

며칠 전의 일이다. 아는 분을 만나러 남미 계통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을 방문 했을 때의 일이다.
  한 아파트 앞에 서너 명의 남미계통 젊은 사람들이 모여 서서 노니낙거리고 있다가 필자가 다가 가서 말을 묻자, 그 중 한 젊은이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유 빨리 빨리 ?” 하고 묻는다. 물론 ‘당신 한국 사람이지?’ 하고 묻는 말이다.  나도 하도 우스워서 그들을 따라 함께 웃었다. 그리고 막 돌아서려는데 또 다른 젊은이가  “펜데오ㅡ” 하고 지껄이며 계속 웃어댄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고모?” (뭐라고?)하고 서툰 남미어로 물었더니, 그 중 비교적 선량하게 생긴 다른 한 젊은이가
“ 이새..끼야 “ 하고 서툰 발음으로 그 뜻을 가르쳐 준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조금 우습기도 해서 그들을 따라 함께 웃고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영 기분이 좋질 않았고 입맛이 씁쓰름 했다. 누군가가 그들이 못 알아 듣는다고 생각하고 손쉽게 마구 지껄인 결과일 것이다. 어쩌다가 화가 나서 한두 마디 지껄여댄 것이 아니고, 노상 지껄여댔기 때문에 그들이 익히게 됐을 것이다. 하고많은 말들 중에서 그런 말이 우리한국인을 상징하고 있다니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빨리 빨리’란 말은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이민생활의 한 모습이고 부지런한 우리 민족성을 나타낸 말이기도 해서 괜찮았지만,  ‘펜데오-‘ 란 말은 영 아니다.
물론 ‘김치’나’안녕’’  ‘천만에요’ 등 좋은 인상을 주는 말들도 많이 있어서 다행 이지만, 위와 같은 욕이나 비속어가 우리를 상징하는 말로 많이 알려져 있다는 것은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 해봐야 할 문제이다.
어느 민족에게나 공통적으로 비어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를 타민족에게까지 사용해서 그 말들 이 그 민족을 상징하는 말로 남는다면 이 얼마나 창피스러운 일인가?
결국 언어란 그 민족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고, 또한 다중문화 속에서의 언어는 자기들 만의 언어가 아니고 타민족에게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말을 우리 자녀들에게 잘 가르치고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해서 타민족에게 우리 말의 바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시 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기 모국어 지키기에 으뜸인 민족은 이스라엘 족으로 세계에 흩어져 사는 이스라엘의 디아스포라(Diaspora)에게서 볼 수가 있고, 자기 말을 빛내기에 이름난 나라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역시 국가적으로 부강한 국가들이다.
이에 반해서 우리 고국에서는 요즘 오히려 언어의 퇴행에 가까운 기현상들이 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원시 기호문자가 활개를 치고 있고. ‘짱’ 이니 하는 식의 품위 없는 신조어가 많이 쓰이고 있으나. 언어란 시대에 따라 자연 발생적으로 변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만 보는지 국어학자들은 별로 말이 없고, 영어발음을 유창하게 한답시고 몬 도가네 식으로 어린이들의 혀를 수술까지 한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심지어는 ‘영어를 국어로 정하자’는 기상 천외의 주장도 있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이는 일종의 언어의 매국노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원래 언어란 국가의 부강과 밀접한 상관 관계에 있어서 비약적인 발전은 기대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우리말의 대외적인 제일선에 서있는 우리들은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여 언어를 통한 우리 문화의 세계화나 국위선양에도 앞장서야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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