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지켜보면서

2007.07.02 16:50

정찬열 조회 수:51 추천:4

                
                    
  미연방 하원 외교위원회가 지난 6월 26일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찬성 32대 반대 2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1930년대 초반부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때까지 일본 정부가 제국군대에 위임해 운영한 종군위안부 제도를 ‘일본정부에 의한 강제 군대 매춘제도’로 규정하고, 이 사실을 확실하게 공식 인정하면서 사과하고 역사적 책임을 질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위안부 문제가 한국정부의 힘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미국의회에 상정되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사실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둘 사이의 시비에 삼자가 끼어 조정하는 형국이 되었다.  
  종군 위안부는 조선의 어린여성 20여만 명이 끌려간 엄청난 사건이다. 그런데도 전후 50 여년 동안 그 진상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일본은 그들의 만행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한국정부는 일본의 눈치를 보았다.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 1990년 초다. 한국 기독교 여성단체들이 앞장선 정신대 대책 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위안부 문제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문제가 미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2년 11월이다. 위안부였던 황금주 할머니가 UN에서 증언을 한 후 워싱턴에 들러 한 교회에서 간증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고, 워싱턴 정신대위원회가 결성됐다. 이 조직이 중심이 되어 연방의회에서 위안부 전시회를 열고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명했다. 백악관 앞에서 시위도하며 언론에 지속적으로 실상을 알렸다.
  1997년부터 위안부 결의안이 몇 차례 하원 분과위에 상정되었지만 그 때마다 부결 되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소리 없이 물밑작업을 벌여온 일본의 로비 때문이었다.
  그러나 금년은 달랐다. 이 일을 위해 재미 한인사회가 뭉쳤다. ‘121법안 가주연대’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순수한 열정으로 헌신했다. 전국 15개주에 지역연대를 설립하고, 각 지역 한인회를 비롯한 동포단체들이 발로 뛰어 유권자들의 서명을 받았다. 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하거나 의원들을 방문하여 사안의 당위성을 설명하여 그들을 설득했다.
  각 의원들이 일제의 잔학 행위를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미국 내 소수 집단의 고통과 연관 지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애커맨의원은 "위안부들이 당한 끔찍한 고통은 6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한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연상시킨다"고 얘기 했고, 흑인 셀리아 잭슨 리의원은 "위안부들의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노예제의 채찍 속에 신음했던 흑인들의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세계 외교무대의 중심인 미국의 의회에서 결의안이 가결됨으로써 그동안 일본의 국력에 번번이 밀리며 왜곡당한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미 국제사면위를 비롯한 세계 인권단체들이 일제히 결의안 채택에 환영을 표했다. 이 같은 국제여론의 압력이 일본정부로 하여금 솔직하게 과오를 인정하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결의안은 7월 중순쯤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과반수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인권과 정의라는 대의명분이 확실하고 지난해와는 달리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 주도 의회라 통과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일본의 로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큰 진전을 이루게 된다. 미주 동포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미·일 관계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미 의원들의 양식을 믿고싶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찬성의사를  표시했다. 본회의 표결에서도 결의안이 압도적 지지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2006년 7월 4일 광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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