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꽃

2006.12.04 03:57

장태숙 조회 수:46

    마른 꽃
                          

긴 목 거꾸로 늘어뜨린 한 다발의 미라들

흰 벽 귀퉁이
버리지 못하는 습성(習性)이 애처롭게 걸려있다
상처를 앓고 있는 말라붙은 상처
시간의 은륜이 패달을 굴리는 동안
버거운 제 영혼의 붉은 색깔
조금씩, 조금씩 몸 밖으로 밀어내며
스스로 퇴색되어가는 맨살 힘겹게 끌어안는
저 퀭한 눈동자
하염없는 울음 솟구칠 것 같은

잘려진 생의 한순간을 잠재우려는 걸까?
살갗들 침울하게 어두워진다

내 몸 어딘 가에서도 세월 빠져 나가는 소리
탱탱하던 날의 색채 점점 변색되고  
오그라들어 버석대는 내 생의 여윈 색깔
움켜 쥘 수 없는 것들은 가벼이 보내야 한다
삶은 때때로 허방이라고
살과 피, 쪽 빼낸 꽃의 미라들이
꽃이, 꽃이 되지 못하는 물기 빠진 입술들이
단호하게 일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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