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나무의 노래

2007.01.01 02:30

김동찬 조회 수:55 추천:10

  신년시

      키 큰 나무의 노래

                         김동찬

  오늘,
  자유의 여신상 너머로
  이글이글 떠오르는 2007년의 첫 해를 본다.
    
  어제는
  저 해가
  2006년의 마지막을 알리며
  우정의 종각 뒤로 서서히 사라지는 걸 보았지.

  내 두 귀를 잡아당기며
  어디까지 보이니,
  서울이 보이니,
  할 필요는 없어.
  다 보여.
  대서양도, 태평양도 그 바다 건너
  곧 하나가 될, 갈라진 조국도 보여.
  
  내 키는 훌쩍 자랐고,
  백 개도 넘는 나이테를 품었어.
  무성한 내 가지는 미 대륙을 덮고
  내 뿌리는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뉴욕의 청과물상까지 닿아있어.

  나는 기억하지.
  김씨의 눈물과 이씨의 땀방울이
  내 가는 뿌리를 적시던 것을.
  내 귀에는 429폭동에서 울부짖던 박씨의 외침과
  태평양을 바라보던 최씨의 한숨도
  바람 속에서 들려.
  
  나는 그런 것들을 먹고 들으며 자랐어.
  내 옆구리의 불탄 흔적, 총알 자국도 그런 거야.
    
  그러나
  상처에서는 새 살이 돋고
  나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아.
  그까짓 해코지로는 나를 흔들 수 없어.

  그래 나는 이제 큰 나무야.  
  뿌리에서는 맑은 샘물이 솟아오르고
  모든 사람들이 따먹을 수 있도록
  달디 단 열매를 맺지.
  
  넉넉한 그늘 아래로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솨아솨아
  파도소리를 닮은 싱싱한 노래를 들려주고
  내 풍성한 이파리로는
  푸하하하
  함께 웃음을 터트리곤 해.

  나는 이 땅의 새 주인이 된 거야.
  나는 이 땅을 영원히 지킬 거야.
  
<미주 한국일보 - 2007년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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