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시다

2007.01.27 11:04

장태숙 조회 수:13 추천:5

   히말라야시다
                          


리프트 타고 올라가는 산 정상
십이월 마지막 날에

순백의 슬픔 나부끼는 눈밭 위로
젖은 얼굴 감춘 시간이 지나간다
히말라야시다, 싱싱한 어깨도 천천히 내 곁을 지나간다
계단처럼 하나씩 올라선 팔의 중간쯤
찌그러진 빈 콜라 캔 하나
누구인가? 근엄한 무게에 참담을 던진 이
시간의 발걸음에 매듭을 묶는 이
앞서 간 사람들의 그림자가 깊은 주름을 일으킨다

글쎄,
내 두 발 공중에 붕 떠있는 채로
히말라야시다
그가 내 곁을 쓰윽 스쳤다고 느꼈을 뿐인데
왜 상처 입은 푸른 눈빛이 스적스적 눈길을 밟고  
산 아래로 내려간다고 생각 했는지 몰라
그의 생애를 말하듯 솔 향 그립게 남기고

뒤돌아보니
저만치 내려가는 그의 손가락마다
푸른 바늘 돋아난 현악들
지난 시간들의 지문처럼 반짝반짝
연주를 시작하자
하늘은 그 빛을 받아 조금 더 파래졌다
그의 팔에 얹힌
찌그러진 빈 캔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는 동안
설편 묻은 초록바람
그의 영혼인 듯 다가와 공중에 붕 뜬 내 두 발
산 정상으로 불끈 밀어 올린다


*히말라야시다; 소나무 과, 설송(雪松), 개잎갈나무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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