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우산-홍인숙
2015.06.11 17:17
스무 살의 우산
홍인숙(Grace)
비오는 날은
빈 길을 걸어도 외롭지 않다
누군가 나를 향해 손 흔들며 걸어올 것 같은 설레임
스무 살의 우산 속
그에게 빗물이 되고 싶었다
빗물로 젖어드는 향기가 되고 싶었다
발아래 고여드는 빗물에 발걸음 꼭꼭 찍어가며
그도 빗물처럼 내 안으로 스며들기를 원했다
우산 속 단 한마디 기억도 없이
우산을 부딪치던 빗방울 소리와
가슴 울리던 설렘만으로 꽃잎 하늘거리는 그리움을 품었다
지구 반 돌아 먼 곳
내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그 닮은 아이들 속에서 저물었듯
그도 어느 착한 여인을 아내로 두고
그녀 닮은 아이들 속에서 조용히 저물겠지
비오는 날은
세상 모든 헤어진 사람들이 돌아와 거리를 서성인다
색색의 우산들이 머리 가득 잿빛 하늘을 이고 서성인다
세상이 말갛게 지워지고
내 사랑의 기억이 지워지고
내가 지워질 것 같은 서늘함
스무 살 내 눈부신 우산이 거리에 비를 맞고 서 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7 | 부부 - 이윤홍 | 미문이 | 2005.06.12 | 133 |
326 | 지상에 남기는 바다의 꿈 / 한길수 | 미문이 | 2008.03.28 | 134 |
325 | 외줄기 담쟁이 / 지희선 | 관리자_미문이 | 2011.11.28 | 134 |
324 | 사모곡(思母曲)-현원영 | 미주문협 | 2017.04.02 | 134 |
323 | 자기소개 - 권태성 | 미문이 | 2005.05.26 | 135 |
322 | 아들 / 김동찬 | 미문이 | 2008.08.22 | 135 |
321 | 텅빈자리 / 서용덕 | 미문이 | 2008.12.09 | 136 |
320 | 김동찬: 나-무 | 미주문협관리자 | 2015.07.16 | 136 |
319 | 낙엽 하나 바람을 이고 / 장정자 | 미문이 | 2009.04.21 | 137 |
318 | 계로록(戒老錄) / 손용상 | 관리자_미문이 | 2012.05.21 | 137 |
317 | 감나무 같은 사람 | 미주문협 웹도우미 | 2014.06.23 | 137 |
316 | 미주문학상 수상작품/흔적 | 미주문협관리자 | 2015.03.15 | 137 |
315 | 부인(否認) - 문인귀 | 미문이 | 2005.03.28 | 138 |
314 | 못된 여자 / 채영식 | 미문이 | 2007.12.11 | 138 |
313 | 겨울꽃 / 안선혜 | 미문이 | 2008.12.30 | 138 |
312 | 우리 사랑의 목격자 / 최상준 | 관리자_미문이 | 2011.12.06 | 138 |
311 | 둥 둥 둥 내 인생 / 장정자 | 관리자_미문이 | 2012.09.03 | 140 |
310 | 김호길-비행운 | 미주문협관리자 | 2015.10.01 | 141 |
309 | 풀치다 / 유봉희 | 관리자_미문이 | 2012.07.02 | 142 |
308 | 기도 / 정국희 | 관리자_미문이 | 2011.11.01 | 1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