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2007.02.03 04:04
안개
밤 늦게
밖에 나간 아들은 돌아오지 않고
졸음겨운 소파위의 어머니는
멀리 밖으로 잠귀를 세운다
뒷 길 어디선가
자동차의 급커브에 채인 밤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벌떡 일어선 창 너머로
짙은 안개가 몰려온다
안개는
아들의 길 소리없이 삼키고
어머니의 눈도 빼앗아 버린다
닦아도 볼 수없는 창문을 열자
스르르 엉키며 들어서는 안개
뒷 걸음치는 어머니를 삼키고
거실을 차지한다
놀란 소파의 비명이
안개속에서 질식한다
- 어머니, 들어가 주무세요 -
일으켜 세우는 아들의 등 너머로
안개의 가는 꼬리가 감기고
이른 새벽이 불편한 듯 돌아 눕는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959 | 자벌레 | 이윤홍 | 2007.02.03 | 42 |
| 2958 | 천년을 나의 사랑과 함께 | 유성룡 | 2007.02.03 | 46 |
| 2957 | 인력 시장 | 이윤홍 | 2007.02.03 | 36 |
| 2956 | 이스카리옷 유다 나무 | 이윤홍 | 2007.02.03 | 41 |
| 2955 | 이미지 - 상처 - | 이윤홍 | 2007.02.03 | 55 |
| 2954 | 이별 | 이윤홍 | 2007.02.03 | 62 |
| 2953 | 월담 | 이윤홍 | 2007.02.03 | 62 |
| 2952 | 올드 타이머 | 이윤홍 | 2007.02.03 | 48 |
| 2951 | 오후 | 이윤홍 | 2007.02.03 | 45 |
| 2950 | 오늘 하루는 어제와 무엇이 다른가 | 이윤홍 | 2007.02.03 | 41 |
| 2949 | 연표 | 이윤홍 | 2007.02.03 | 61 |
| 2948 | 어째서 사랑이 | 이윤홍 | 2007.02.03 | 56 |
| 2947 | 어깨 | 이윤홍 | 2007.02.03 | 45 |
| 2946 | 가로수, 일요일 아침의 | 이윤홍 | 2007.02.03 | 32 |
| 2945 | 안개 도시 | 이윤홍 | 2007.02.03 | 50 |
| » | 안개 | 이윤홍 | 2007.02.03 | 58 |
| 2943 | 아픔(2) | 이윤홍 | 2007.02.03 | 45 |
| 2942 | 씹어봐 | 이윤홍 | 2007.02.03 | 42 |
| 2941 | 싹 | 이윤홍 | 2007.02.03 | 60 |
| 2940 | 십일월 | 이윤홍 | 2007.02.03 | 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