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도

2007.02.03 10:35

이윤홍 조회 수:51

      폐도廢都


                                                                                

      둥실
      만월이 떠오를 때 폐도는 흥분한다
      집집마다 가게마다 일제히 불을 켜고
      골드살롱 간판 위에서 잠자는 반라의 메리를 다시 깨우고
      스타더스트(startdust)*의 화려한 네온싸인을 빙글빙글 돌리고
      말뚝 박힌 역마차의 바퀴를 정신없이 돌리면서
      사정射精직전의 페니스처럼 온 몸을 부르르 떤다
      해발 6500피트 산 보다 더 높이 그림자를 세우며
      무서운 전설로 일어서는 골드타운

      산허리 껴안고 흐르는 개울마다 사금沙金, 사금들,
      구름 한 점 없는 오늘 같은 밤이면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금들이 쏟아져 나와
      물마다 물소리마다 물그림자마다 반짝 반짝 거리는지
      미친 인간들 보다 더 미치도록 환장하는 이 밤
      폐도는 산을 파먹고 산을 버리고 떠난 자들의 욕망을
      차갑게 흔들어 깨운다

      물가에서 바라보면
      사람들의 손길 발길 딱 끊기어 쥐 죽은 듯 고요하고
      음산한 저 곳
      햇살에 삭고 바람에 삭고 한기寒氣에 삭아
      흉물이 되어가는 폐도는
      달빛 속에서조차 무서운 폐도였다

      물을 떠올린다
      두 손 사이로 달물이 흘러내린다
      손바닥이 누런 사금들로 가득 찬다
      밤새도록
      폐도가 우-우-우- 목젖 잘린 울움을 운다



      *스타더스트(stardust) : 그 곳에 있는 호텔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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