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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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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햇과일, 햅쌀, 젖

충청신문 김우영 siin7004@hanmail.net 2015.6.2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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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22 21면 |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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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를 방문 현지인들과 함께 한국어를 지도하는 김우영 작가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 ‘그 해에 난 사물’을 말 할 때 주로 접두사 ‘해-/햇-’이라고 한다. ‘해암탉, 해콩, 해팥/ 햇감자, 햇과일, 햇김, 햇나물, 햇밤, 햇벼, 햇병아리, 햇보리, 햇비둘기’ 등이 그의 한 예이다.
‘해-/햇-’은 다음에 오는 말이 모음으로 시작하거나 첫 자음이 된소리나 거센소리이면 ‘해-’를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햇-’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그 해에 새로 난 쌀’을 가리키는 말은 무엇일까? 원래 ‘쌀’은 ‘ㅆ’이 단어의 첫머리에 오기 때문에 ‘해쌀’로 사용해야 하나 ‘쌀’에는 ‘ㅂ’을 첨가해 ‘햅쌀’로 바른 표기로 삼고 있다.
그 이유는 ‘쌀’이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시기는 단어의 첫머리에 ‘ㅂ’소리를 가지고 있는 ‘ㅄ’이었다. ‘쌀’의 어두에 ‘ㅂ’소리가 있는 것은 송나라 때 ‘손목’이란 사람이 ‘계림유사’에서 ‘쌀’을 ‘보살(菩薩)’로 표기해서다. 그러므로 ‘해ㅄ’에서 ‘ㅂ’이 ‘해’의 받침소리로 나는 것이다. ‘찹쌀(차+쌀), 멥쌀(메+쌀), 좁쌀(조+쌀)’ 등이 그 한 예다.
그러면 그 해에 새로 난 포도나 포도주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 앞의 말대로라면 ‘해포도, 해포도주’라고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햇포도, 햇포도주’라고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새로 태어난 사람은 뭐라고 표현할까? 해사람, 햇사람, 햅사람? 아니다. 인간이란 명사 앞에는 그저 사람, 생명일 뿐이다. 해와 햇, 햅은 주로 곡식 같은 사물에만 사용한다.
언제이던가? 신문의 머리글에 이런 기사가 실려 있어 화제가 된 적 있다.
“바닷가에서 장군 5명 익사”
이 제목으로 봐서는 군대의 장군 5명이 물에 동시에 빠져 죽었다는 기사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국방부가 발칵 뒤집혔다. 별들(장군)의 조직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서해안 바닷가에서 조개를 잡아 시장에다 내다 파는 장꾼 아낙 5명이 물이 들어오는 줄을 모르고 정신없이 조개를 잡다가 결국 바닷물에 빠져 사망 한 것이다. 이 기사는 이렇게 써야 맞다.
“조개잡이 장꾼 아낙 5명 바닷물에 익사”
여기에서의 군대의 장군은 그냥 ‘군’이고 장꾼은 ‘꾼’이 되어야 한다. ‘-군’을 ‘-꾼’으로, ‘-대기’를 ‘-때기’로, ‘-갈’을 ‘-깔’로 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혼동이 잘되는 말 중에 하나가 젓과 젖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앞의 젓은 바다에서 나는 젓깔의 ‘젓’ 이고 뒤의 것은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젖’이다.
‘젓갈’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음식을 집는 ‘젓갈’의 ‘-갈’은 ‘젓가락’에서 ‘가락’의 준말의 젓갈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음식 ‘젓깔’의 ‘-깔’은 ‘-갈’로 적으면 안되므로 ‘대깔, 맛깔’처럼 소리대로 젓갈로 적어야 한다. 때깔(드러난 맵시), 맛깔, 빗깔, 색깔, 성깔, 태깔 들도 이렇게 깔로 써야 한다.
이처럼 글자 한 자 차이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한국어 이야기’와 함께하는 것 이다.

- 다음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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