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손질하다

2007.02.14 08:52

오연희 조회 수:53

고등어를 손질하다/오연희 벌떡 헤엄쳐 나갈 것 같은 윤기 자르르 흐르는 고등어 한 마리를 도마 위에 올린다 서슬 퍼런 칼로 목을 겨누다가 내리친다 팔로 전해오는 감이 써늘하다 뜨거운 물결 파르르 가슴에 인다 툭 떨어져 나간 덩어리 잠시 망을 빼놓은 디스포절(disposal) 구멍 속으로 쑥 들어간다 ‘마저 손질하고 꺼내야지…’ 라던 생각 잊어버리고 스위치를 올린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튀어 오른 고등어 대가리 “네가 날 죽였지?” 입을 쩍 벌리고 덤벼든다 ‘악!’ 비명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이만일로 이만일로… 두근대는 가슴 힘주어 쓸어 내린다 잠자고 있던 두려움들 일제히 일어나 내 속 와르르 무너지는 이런 날은 변명할 여지없이 산에, 바다에, 하늘에 묻는다 아니 시에 묻는다. 핏물 흥건히 베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