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살지 않는 집
2007.03.09 15:04
뒤뜰 늙은 고염나무
올해엔 열매도 맺지 못했단다
허물어진 담벼락 아래선
가랑잎만 모여 소리 없이 떠난
옛주인의 모습을 파종하고 있다
치매 걸린 할머니 집 떠나기 전 심었을
파 상추 오이 채마밭엔
주인 잃은 채소들이 잡초들과 어울려
저 혼자 씨 뿌리고 자라고
다시 돋아 나길 몇차례
수확의 손길이 없는 텃밭에는
옛주인의 흔적마져 지워지고 있다
기우뚱 기울어진 안방문
낡은 창호지 몇조각이
흔적만 간신히 남은
문살에 기대어 바람을 추스리고 있는 사이
살며시 문고리 당기고 안으로 든다
어느새 따라 들어 온
가랑잎 말동무 삼아
아랫목에 발 뻗고 앉으면
백발의 노 할머니
실루엣 너머로
금새 따뜻 하게 실려 오는
한시절의 모습
스르르 눈을 감는다
카랑 카랑 할아버지 해소기침 소리
궁시렁 궁시렁 알아 들을 수 없는
할머니 혼잣말 소리
햇볕드는 앞마당에선
소꼽놀이 하는 아이들 해맑은 소리
홀로 길손을 맞는 이 낡은집도
한시절의 소회는 있었겠다
올해엔 열매도 맺지 못했단다
허물어진 담벼락 아래선
가랑잎만 모여 소리 없이 떠난
옛주인의 모습을 파종하고 있다
치매 걸린 할머니 집 떠나기 전 심었을
파 상추 오이 채마밭엔
주인 잃은 채소들이 잡초들과 어울려
저 혼자 씨 뿌리고 자라고
다시 돋아 나길 몇차례
수확의 손길이 없는 텃밭에는
옛주인의 흔적마져 지워지고 있다
기우뚱 기울어진 안방문
낡은 창호지 몇조각이
흔적만 간신히 남은
문살에 기대어 바람을 추스리고 있는 사이
살며시 문고리 당기고 안으로 든다
어느새 따라 들어 온
가랑잎 말동무 삼아
아랫목에 발 뻗고 앉으면
백발의 노 할머니
실루엣 너머로
금새 따뜻 하게 실려 오는
한시절의 모습
스르르 눈을 감는다
카랑 카랑 할아버지 해소기침 소리
궁시렁 궁시렁 알아 들을 수 없는
할머니 혼잣말 소리
햇볕드는 앞마당에선
소꼽놀이 하는 아이들 해맑은 소리
홀로 길손을 맞는 이 낡은집도
한시절의 소회는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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