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그 화사한 미소를 위하여

2007.03.30 22:08

장태숙 조회 수:46 추천:3

  목련, 그 화사한 미소를 위하여
                              


홀트 가든에서 목련 묘목 사오던 날

막막한 생의 삽날을 세워
동그랗게 잔디를 떠내자
어둠 속에 갇힌 축축한 상처
소스라치게 환부를 드러낸다
그 속을 후벼 파는 일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번쩍, 눈에 불을 켠다
까슬한 저항의 자갈돌들
내 의식의 결석(結石)처럼 단단히 박혀있다
네 속의 돌멩이를 제거해야 돼
부드러워져야 해
턱턱 울리는 신음소리
땀방울 붙잡고 피 묻은 기억들이 딸려 나온다
충치 뽑힌 자리처럼 덩그러니 입 벌린 구덩이
고요한 자락을 뒤흔드는 저 빈 자리
깜깜하지만
목련, 그 화사한 그리움의 미소를 위하여
나는 좀 더 무자비해졌다

내 삶의 밑바닥에
목련나무 허리 반듯이 세워지면서
굳게 입을 다문
흙의 껍질, 혹은 잔디의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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