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길

2007.04.03 06:31

노기제 조회 수:50 추천:2

해 아래선 그리도 보드랍던 눈밭이

하루종일 수많은 스키에 짓 밟힌 그날 밤

계절을 잊은 찬 바람에

대책없이 얼어 붙어

밟힌 숫자 만큼 골이 생겼다

아직 남은 하루 보름을 기다리며

동그란 제 모습 다 차오르지 못한 보름달이

애잔한 빛으로 내려다 본다

길도 아닌 얼은 눈밭에

커다란 구둣발 내어 밟는 소리

곁에 따라 걷는 작은 구둣발

흉내 내는

얼음 깨지는 소리

낯선 두 마음

빼꼼히 열리는 소리

어떻게 살아왔나 짧은 서술에

한 폭의 그림으로

가슴에 둔다



3월 31일 2007년, 캐나다 휘슬러 스키장 밤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