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Jerilyn T. Solorzano
2010.01.29 11:07
Ms. Jerilyn T. Solorzano
이월란(10/01/26)
칼같은 시간에 여유 있는 걸음으로 타박타박 걸어와
탁자 옆에 코트를 슬로우모션으로 벗어놓는 여자
책 한 권 달랑 꺼내 놓고 인사 한마디 없이
흥미없는 기억을 떠올리듯 저 게으른 눈동자
혀끝의 모터만은 최첨단이다
멍하니 입술만 쳐다보다, 페이지는 언제 말한건지
헐레벌떡 책장을 넘겨야만 한다
중간책상에 한 번씩 걸터앉는 엉덩이마저 차가운 여자
시를 많이 읽고 쓰라는 그녀는
성의 없이 프린터한 스케줄도 히떡히떡 던져주기 일쑤다
첫시간부터 700페이지의 교재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녀의 차가운 입술엔 냉담하고도 철저한 교수법이
못된 버릇처럼 숨어 있다
임신 5개월에 어그부츠가 잘 어울리는
러시아 소녀의 중대 목표는
학기말까지 아이를 출산하지 않는 것
그 여자, 설명 한 번 차근차근 해준 적이 없어
혼자 지껄이다 나가버리잖아
(그래, 첫 아이의 발길질로 깔깔대기엔
나의 아이들은 세상 밖에서 이미 장성해 있고
따뜻한 강의실만 찾아다니기엔
발품 팔며 걸어온 나의 길은 이미 너무 길다)
그 여자 수업, 난 곧바로 드랍했어
왜?
역시, 싸늘한 얼음공주의 이름은 너무 길었다
Because She's Bitch!
(최근에 쓴 시를 가져오라고 한다면 난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제목과 마지막 행을 한글로 바꾸는 것을)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379 | 고래와 창녀 | 이월란 | 2010.01.29 | 50 |
| » | Ms. Jerilyn T. Solorzano | 이월란 | 2010.01.29 | 54 |
| 3377 | 그리운 자리 | 이월란 | 2010.01.29 | 58 |
| 3376 | 영혼, 저 너머 | 이월란 | 2010.01.29 | 47 |
| 3375 | 버러지 | 이월란 | 2010.01.29 | 48 |
| 3374 | 한글의 묘미 | 정용진 | 2010.01.29 | 59 |
| 3373 | 질투 | 서용덕 | 2010.01.26 | 60 |
| 3372 | 시간의 밀도 | 윤석훈 | 2010.05.18 | 37 |
| 3371 | 노숙인 | 김학천 | 2014.04.18 | 56 |
| 3370 | 난산 | 강민경 | 2014.04.17 | 68 |
| 3369 | <font color=#310063> 초심의 태치기 | 박봉진 | 2010.01.26 | 47 |
| 3368 | 진실 | 서용덕 | 2010.01.25 | 55 |
| 3367 | 요지경 세상 | 정국희 | 2010.01.25 | 64 |
| 3366 | 너, 그기 있었는가/새벽미명에 | 김수영 | 2010.04.03 | 56 |
| 3365 | 4월은 두레박 / 김영교 | 김영교 | 2010.04.03 | 57 |
| 3364 | 매실 | 정국희 | 2010.01.25 | 46 |
| 3363 | 성하의 초록빛 갈채를 보내다/미주한국일보 창간41주년축시 | 조만연.조옥동 | 2010.06.10 | 44 |
| 3362 | 마음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 조만연.조옥동 | 2010.01.24 | 49 |
| 3361 |
늦봄의 환상
| 손영주 | 2007.05.13 | 46 |
| 3360 | 중이염 | 안경라 | 2007.04.17 | 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