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초(Suaeda Japonica) 연가
2007.04.25 08:09
심해의 전설 기억하듯 기어오르는 뿌리
서해안 소금창고 한 곁에 떠맡긴 생애
중국의 대륙쯤 여기듯 휘몰아치는 바람
각목에 부딪쳐 툭툭 떨어지는 슬픔들이다
깃발 앞세우고 몸으로 불렀던 삼보일배
망각의 강 따라 흘러 바다는 말이 없다
붉은 물결 춤추던 칠면초 머리에 흐트러진
잔음들만 만경강 하구 갯벌 닿아 질척하다
동물원 뛰쳐나온 포유류의 끝은 넓은 바다
갯벌 따라 썰물의 흔적들을 전시해 놓고
배타고 떠난 누이가 흘린 눈물로 만들어진
겨울 멍에를 안고 다시 시작하는 갈라진 봄
등불 켠 여름 모닥불 따라 밀물이 밀려오고
석양빛 먹은 붉은 꽃들은 한철 들숨의 유물
스스로 목도를 버리고 떠난 주인을 기다리며
못 자국으로 날숨 쉬며 늙어가는 소금창고
문명의 자갈들이 바다를 메우는 동안
묘비처럼 낡은 기둥 주위를 맴돌던 도요새는
먼 나라로 떠난 그를 위해 염 외우듯 울고
허물어진 소금창고 곁에 하늘거리는 칠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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