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노인의 가을 풍경화

2007.12.18 10:44

이용애 조회 수:54

   장 노인의 가을 풍경화

                      이용애

휠체어에 앉은 아내 무릎 위로
노란 단풍잎 하나가 내려 앉는다
어설픈 손을 움직여 나뭇잎을 잡는 아내
주름진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아 저렇게 좋아하는데
내일도 모래도 데리고 올게 여보
나를 붙들고 몇 발작만 걸어볼까
낙엽이 푹신해서 기분이 좋을 꺼야

으으... 으으...
그래 당신 참 좋지 아주 잘 걷네
자 조금만 더 걸어보자
당신이  좀 더 걸을 수 있으면
우리 그랜드 캐년에 여행 갑시다

미국에 삼 십년이 넘게 살면서도
날마다 가게만 지키느라
여행 한 번 못 가본 당신
너무 오래 고생만 시켜서
이렇게 병이 난거야

내가 아주 못난 남편이지

자 여기 벤치에 좀 앉을까
나, 꼭 소망하는 것이 있지
당신보다 일주일만 더 살기를 원해
그래야 당신 가는 날까지
내가 보살피다가 잘 보내줄 수 있게

장 노인은 혼자 몇걸음 걷다가 돌아본다
석양빛이 곱게 내려앉은
나무 밑 벤치에 앉은 아내가
노란 잎으로 단장한 가을 나무와 함께
한 폭의 풍경화로 다가온다

그 그림 속엔
말 못하는 답답함도
수족을 못 쓰는 불편함도
보이지않는
오직 평화로운 휴식과 낭만이 가득한
한 폭의 가을 풍경화로 걸려있었다

        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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