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의 옷을 벗어라

2004.01.09 05:33

박경숙 조회 수:232 추천:9

고대 희랍의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은 무엇이며, 생겨나고 없어지는 변화의 힘은 무엇인가?’를 궁금해 했다. 이를 자연철학이라 한다.

소크라테스 선배격인 엠페도클레스는 만물이 소생 소멸하는 힘을 ‘사랑과 미움’으로 보았다. 사랑은 생명을 낳고 성장케 하고, 미움은 병들고 죽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마리아에게서 태어났음을 알면서도 교회는 ‘세상을 창조하신 그리스도’라고 고백한다. 만물을 생성케 하는 힘은 사랑이며 예수님은 사랑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를 따르는 우리에게는 왜 사랑의 기술이 없는 것일까?

인간은 생리적이고 사회적인 두 가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생리적 욕구는 식욕과 수면욕, 성욕인데, 식욕과 수면욕이 몸을 만들고 성욕이 종족을 만든다. 생리적 욕구는 동식물에게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그 이상의 것, 즉 소유욕과 지배욕과 명예욕을 갖는다. 그것이 이기심을 낳고 경쟁관계에서 미움을 낳고, 독점과 갈등과 전쟁이 되고 죽음이 된다. 인간 세계의 모든 번뇌와 고통의 원인이다.

행복이란 홀로 갖지 못하고 다른 무엇으로부터 온다. 누군가를 사랑하건, 무엇인가를 좋아하건 그것이 내게 행복이라면 그 행복은 ‘누군가, 무엇인가’ 라는 다른 존재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을 낳는 것은 사랑이다. 내 주변의 세계는 사랑의 능력을 가진 하느님의 사령들로 둘러싸여 있다. 서로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고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인간이다.

애벌레가 고치를 벗으니 나비로 춤추게 되고, 왕자의 이름을 벗어 버리니 부처를 얻었고, 십자가로 예수를 벗으니 그리스도가 되었다. 인간이 욕망의 거적때기를 벗어 버리고 영성의 옷으로 갈아입으면 하느님의 영과 합일된 새 이름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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