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도 변할까?

2004.05.06 08:41

박경숙 조회 수:350 추천:5

내 사랑도 변할까?
그렇다고 과학자와 정신의학자들은 대답한다. 적어도 사랑이, 상대방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나고 미친 듯한 열정에 가슴이 뻐근해지는 그런 상태를 가리키는 거라면 말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뇌 활동을 연구해온 미국 럿거스대 헬렌 피셔교수는 사랑은 갈망-끌림-애착의 3단계를 거치며, 단계마다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달라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호르몬이 높게 유지되는 기간은 2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신디아 하잔 교수팀은 2년에 걸쳐 다양한 문화 집단에 속한 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다. 그 결과 남녀간에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실제로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사랑의 유효기간 내 호르몬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사랑을 좌우하고, 또 사랑을 끝내버릴까.

사랑의 과학에 대한 연구는 사랑에 빠질 때 활성화되는 뇌의 변연계에 주목하며, 여기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도파민, 페닐에칠아민, 옥시토신과 엔돌핀들이 꼽힌다. 이 화학 물질들은 사랑의 단계별 감정을 만들어내며 사랑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랑의 1단계에서 나오는 도파민은 ‘나는 너에게 끌린다’를 관장한다. 자라오면서 겪었던 경험과 그 무수한 정보들을 종합해 ‘바로 저 이’라는 결론을 일단 뇌가 내렸다면 대뇌의 변연계에서 화학적 작용이 시작되고 도파민이 분비돼 매혹된 영혼은 시작되는 것이다. 어딜 가도 연인의 얼굴이 둥실 떠 있고, 그의 뒷모습만 봐도 웃음이 흐르는 것, 별일 아닌데도 감동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왠일인지 친절해진다면 도파민이 한몫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와 함께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도 한몫을 한다. 신체와 증상과 ‘눈에 콩깎지’증상이 나타난다. 연인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혈압이 높아지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는 증거이고, 연인이 뭘 해도 예뻐 보이는 건 세로토닌 때문이다.

2단계는 일명 새벽에 그의 집 문 앞에 달려가는 단계이다. 또는 ‘네가 옆에 있어도 나는 네가 그립다’는 단계이다.

과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인 페닐에칠아민(PEA)이 그 주범이다. 초콜릿에 있는 물질이기도 한 이 PEA는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 각성제 구실을 톡톡히 한다. 제어하기 힘든 열정으로 부르르 떨거나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다면 페닐아칠아민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성교시 오르가즘을 느낄 때 최고치가 되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다음은 절정의 3단계인 껴안고 싶은 충동이다. 옥시토신이 그 주인공이다. 상대방에 대한 애착 현상을 일으켜 사랑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구실을 한다. 이 호르몬을 cuddling hormone(껴안게 만드는 호르몬)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서 엔돌핀이 분비된다. 통증을 없애주는 마약과 비슷한 물질로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이런 여러 호르몬이 함께 꾸준히 18개월~3년 정도 왕성히 분비되다 잦아들기 시작해 상대방에 대한 성적 욕구는 시들해지고 친밀감은 있을지언정,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증상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호르몬이나 신경전달 물질만이 열정적 사랑의 기간을 결정하는 것일까. 심리학적 견해는 좀 다르다.

백상빈 정신과 전문의는 ‘개인마다 사랑을 선택하는데 기준이 다르며, 그 동기도 달라 기대감도 다르다. 만일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한다고 느껴지더라도 관계를 지속하는 데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거나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지면 3일 만에도 사랑은 끝날 수가 있고,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집착하며 10년을 끌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심리적 부분이 뇌의 호르몬과 상호작용해 그 양에 변화를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 사랑을 규명하려는 여러 연구결과는 신빙성 있는 가설을 던져놓을 뿐 사랑에 대해 어떤 것도 확실히 밝힌 것은 없다. 단지 온 존재를 경험하는 사랑의 순간에 몇 가지 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될 뿐이며, 우리가 선택하는 그 사람을 이미 뇌는 알고 있다는 정도일까. 또한 남녀간 사랑의 호르몬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도 아직 과학은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월간 여성지 ‘허스토리’ 200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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