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용 시인作/ 소리로 와서
2004.11.21 06:09
소리로 와서
박 경용
소리로 와서, 네가 소리로 와서
귀와 눈을 한꺼번에 뜨게 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 순간을 나는 아낀다.
눈 한번 깜짝할 사이도 못되는,
침 한번 삼킬 사이도 못되는
그런 순간을 나는 귀히 여긴다.
오오, 소리여 소리여
캄캄한 오성(悟性)을 깨우는 소리여.
그래서 너를 아낀다.
귀히 여길밖에, 귀히 여길밖에 없다.
빛으로 와서, 네가 빛으로 와서
눈과 귀를 한꺼번에 뜨게 하는 일은
일찍부터 내겐 드문 일이 아니지만.
"소리로 와서"란 시집을 받고 난 시가 마음으로 흐른다는 것을 느꼈다 시인들은 책 빚을
많이 지고 산다 서로 책을 내면 책을 나누어 주고 그것을 다시 되돌려 주고 그러면서
오지에 있는 시골 시인들까지 서울이나 도심에 있는 시인들의 시집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책 빚을 지고 갚아던 기억이 기억이 있다 이 소리로 와서
라는 시는 사람 사이 꼭 말이 아니여도 눈빛으로 통하는 그런 일상의 감각을
시를 통해 나타낸 시다고 본다 모든 일상의 눈빛 손짓 행동에서 듣고 보는 것이
내 마음의 소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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