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作/ 술잔 앞에서
2004.11.21 06:14
술잔 앞에서
정 현 종
숨 쉬는 법을 가르치는
술잔 앞에서
비우면 취하는
뜻에 따라서
오늘도 나는 마시이느니
여러 세계를 동시에 넘나드는 몸
원천(源泉) 없는 메아리와도 같은 몸
정치(政治) 빼놓으면 참 걸리는 데 없어
나는 마시느니 오오늘도
비우면 취하는
뜻에 따라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세상 시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시작되는 나이가 아닌가. 뜻에 따라 사는 것이 그리 쉽지 많은 않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 취하듯 나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세상 사는
지혜이고 용기이고 노력이 아닌가 한다 시인은 바로 그 점을 이 "술을 마
시고"라는 시 속에 담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시인의 많은
시 속에 유독 이 詩 한 편이 가슴에 간직하게 하는 것은 나의 뜻과
무관하게 우리들 삶은 이 세상에 이끌려 굴러간다. 개인의 힘
으로 어쩔 수 없는 그런 날, 술은 그 부정한 정치 애기를 안주 삼아
잠시나마 세상을 곱씹어 보며 살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술잔을
비우면서 비우는 만큼 가슴에 가득한 취기에 이끌려 또 다른 세상에
안주하는 정서가 서민적인 모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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