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섭 시인作/ 성북동 비둘기
2004.11.21 06:16
성북동 비둘기
金 珖燮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동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그만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쫒기는 새가 되었다.
--1966년 시집"성북동 비둘기" 수록
한국명시집에서 발취.....
참 심성 고운 선생님 같은 시,,,, 이야기다. 초등학교 갓 들어간 어린이에게 동요 한 소절
따라 부르게 하는 그런 마음으로 쓰여진 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성북동
비둘기는 현대화라는 개발 과정에 쫒겨다니는 변두리 모습을 비둘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시를 읽고 감상을 하는 글은 여백으로 남기고 연탄불 피워사는 그 시절
이 詩가 성북동 하늘에만 갖는 감정많은 아니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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