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 시인作/ 그리운 바다 성산포
2004.11.21 06:17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죽어서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이생진 시인의 시들은 연작시들이 많다 그 만큼 집착하고 열정적인 삶을 찾아
시인은 떠나고 만남을 통해 사람이 사는 이치를 말해 왔다고 본다. 내가
이생진 시인의 " 산에가는 이유", " 바다에 가는 이유" 등의 시집 속에서 갖었던
그런 감정들은 하나 같이 순수함이였다 물론 이 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낭송시로
더 많이 알려지고 읽혀지는 시다 그러나 이 시를 잘 읽어보면 자연적 힘이
사람 사는 힘이라는 것을 직시해 주고 있다 "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나는 이런 표현 앞에 감탄을 한다 어찌보면 이생진
시인 자신이 육십 평생 찾아 헤멘 자리마다 그리움이였고 외로움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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